민주당 의원들의 ‘돌출 발언’으로 파행 직전까지 몰렸던 국회가 10일 가까스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출 발언의 당사자인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이 사과를 하지 않아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내내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는 가동하지 못했지만 국회 일정을 정상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상황이 급변한 것은 가뜩이나 늦어진 예산안 처리를 또다시 내팽개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오후 1시 반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발언 일부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때로는 개인의 소신 발언이 내부를 편 가르기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들의 명을 받고 당 대표가 됐다.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이라는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주문인 동시에 당내 의원들의 돌출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경고를 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민주당 두 의원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여전히 과거에 발목 잡혀 경쟁으로 치닫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지금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년 내내 계속된 민주당의 대선 불복 주장에 ‘참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도 직접 싸우는 모양새는 피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엄중 지적을 한 만큼 청와대의 공식 대응은 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확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새누리당만 해도 두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안은 예정대로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인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이 자신들의 발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도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의 발언이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면 다수당의 힘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듯 제명하라”고 말했다. 장 의원도 “내가 제명될 가능성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확률보다 낮다”며 ‘대선 불복’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