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대 분야 핵심과제 선정
생선회 시식하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열린 우리 수산물 시식에서 생선회를 먹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원전비리 등 사회 고질병 총망라
국무조정실은 정부와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1차 과제로 10대 분야 핵심 과제 48개를 선정하고 이를 10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또 정부는 개선이 시급한 문제 가운데 1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단기과제 32개도 함께 선정했다.
48개 핵심 과제는 정치 산업 사회 분야는 물론이고 금융 예술·체육 등 광범위한 분야의 부조리가 총망라됐다. 우선 국민적 공분을 산 원전 비리와 공공기관 고용세습을 비롯해 문화재 부실 관리와 보험사기, 은행의 ‘꺾기’ 관행, 온라인 포털 및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회의 과도한 증인출석 요구나 면책특권 등 정치 분야의 비생산적인 관행,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 문제, 체육단체의 비리 등도 개혁 대상에 들어갔다.
단기 개선 과제로는 사회지도층의 특혜성 가석방, 해외 방문 시 재외공관에 대한 과도한 지원 요구 등 특정계층을 위한 불합리한 관행들이 언급됐다. 이 밖에 국민 불편을 야기하거나 바뀐 시대상을 못 따라가는 작지만 낡은 규제들도 수술 대상에 오른다. 정부는 각각의 과제에 대해 지금까지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과제도 함께 밝혔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법 위반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어린이집의 회계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80개 정상화 과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재정리한 것으로 140개 국정 과제와 겹치는 부분도 많다. 따라서 정부가 구체적인 액션플랜(실행계획) 없이 추상적인 로드맵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정상화 과제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현 정부 임기 내내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국정을 맡아 보니 너무 비정상적인 관행이 당연한 것처럼 이어진 게 많았다”며 부조리 척결을 주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 밖에도 광복절 경축사나 시정연설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정상화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비단 사회부조리 대응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나 전직 대통령 추징금 환수 역시 일종의 ‘정상화 과정’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강력한 드라이브 때문에 연말연시를 전후해 관계 당국이 총동원된 전방위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상화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정부는 국무조정실장과 각 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정상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별도 코너를 만들어 정상화 1차 과제들의 추진 상황을 공개하고 내년 7월에는 2차 과제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내년에 받는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각 부처에 할당된 정상화 과제의 추진방안을 포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