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전문기업 서울반도체… 14년만에 매출액 100억원서 1조원으로 급성장 비결은?
상장기업인 서울반도체는 일본 니치아, 삼성전자, 독일 오스람 옵토에 이어 세계 LED 업계 4위에 올라 있다. 1987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92년 이정훈 사장(60)이 인수한 이후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플러스 성장을 했다.
1992년 10억 원 미만이던 매출은 1999년 LED TV와 휴대전화 키패드용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2002년에는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8586억 원에 이어 올해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292억 원, 직원 수 1700여 명인 이 회사가 글로벌 대기업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6일 방문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서울반도체 중앙연구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매년 매출의 15%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것이 설립 이후 한 해도 어기지 않은 원칙입니다.”
남기범 중앙연구소장은 “공급과잉으로 역(逆)성장을 한 2011년에도 매출의 15%를 R&D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 강소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5%를 R&D에 투자하고, 국내 중견기업들은 평균 2%를 R&D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규모에 비해 R&D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서울반도체 경영진은 이 원칙을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낌없는 R&D 투자는 막강한 특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특허는 현재 1만1000여 건에 이른다. 매년 평균 600개의 특허를 신규 출원하고 있으며, 세계 5위권의 주요 경쟁사들과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특허 리스크’를 없앴다.
신영욱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LED 시장은 특허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어 중국 업체들이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 LED 업체인 에버라이트는 최근 니치아와의 특허소송에서 져 독일 법원으로부터 전 제품을 리콜한 뒤 폐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매출로나 기술로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이지만 나름의 고충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재 확보다. 신 부사장은 “중견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인재들을 설득해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했다. 이 회사는 해외 석·박사급 인재를 스카우트해 오는 직원에게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고, 이 사장 역시 영입하고 싶은 인재들과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등산을 함께하는 등 갖은 정성을 쏟고 있다.
LED TV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키패드에 들어가던 LED 물량은 줄었지만 조명용 시장의 전망은 밝다. 조명용 LED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11조5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13조3000억 원, 다시 2017년에는 1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