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에 ‘생명의 손길’을]<3>개인-기업-단체 지원 쇄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다. 김정우 종근당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9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금 1억 원을 전달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2일 오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대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경북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라고만 밝힌 이 남성은 지난달 동아일보에 난 저소득 가정의 의료비 지원 관련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했다.
‘우윳병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일 씨(67·수원)는 자신보다 더 가난하면서도 병마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우유팩과 폐품을 모아 판 돈 25만 원을 지난달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교도소 재소자 A 씨 역시 생명의 손길 계좌에 입금자명 없이 교도소 이름만 밝힌 채 5000원을 기부했고 중국인 B 씨도 공동모금회를 직접 찾아 의료비 지원사업에 사용해 달라며 50만 원을 놓고 갔다.
대형 제약회사인 종근당의 김정우 대표는 9일 오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금 1억 원을 기부했다.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은 해마다 어린이 암 환자를 위한 봉사,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배달 등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신문 보도와 주변에서 비싼 의료비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접하고 지원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도 동참했다. 생보재단은 공동모금회와 지난달 19일 ‘생명의 손길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생보재단과 협약을 맺고 있는 전국 63개 병원과 17개 생명보험 회원사들이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기로 했다. 생보재단은 2007년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공동으로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739억 원을 출연해 희귀·난치성 질환 지원, 자살 예방,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 저출산 해소 및 미숙아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봉은 재단 전무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평생 동안 치료해야 하지만 과다한 의료비 부담으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의료비 혜택을 줄 수 있는 통로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는 각 병원의 사회사업실을 통해 저소득층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강원 원주시 한국유니온제약㈜도 진통소염제와 전문의약품 등 3만 개(판매가 기준 1억300여만 원 상당)를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 회사 백병하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의료 사각지대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