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대표의 파격 스토브리그
그런데 이런 관행에 반기를 든 구단이 있다. 넥센이다. 최근 넥센의 연봉 협상을 지켜본 다른 구단의 연봉 협상 담당자들 입에서는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올해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넥센의 질주는 정규시즌이 끝난 스토브리그에도 계속되고 있다.
○ 넥센이 주도하는 야구계(?)
올해 팀 연봉 계약 1호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정호였다. 올해 3억 원에서 내년 4억2000만 원으로 1억2000만 원이 올랐다. 3루수 김민성과 손승락도 기대 이상의 연봉을 받았고 ‘빅4’의 마지막이었던 박병호는 5억 원을 제시받고 단번에 도장을 찍었다. 박병호는 “내심 4억 원 정도를 기대했는데 5억 원을 주신다고 하기에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평범한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넥센은 이들에게는 연봉 고과에 따른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협상을 통해 몇천만 원은커녕 몇백만 원도 올리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넥센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넥센 관계자는 “잘하면 기대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눈앞에 그 본보기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넥센의 한 선수도 “300만 원 차이로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내년에 잘한 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 ‘빌리 장석’의 실험은 어디까지
넥센은 다른 구단들로부터 올해 자유계약선수(FA) 몸값 폭등의 원인 제공자로도 지목받고 있다. 2011년 말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을 4년간 총액 50억 원에 데려온 게 몸값 인플레의 시작이었다는 것. 실제로 50억 원은 이듬해 김주찬(KIA)을 시작으로 수준급 선수들의 몸값 기준이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