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로비에서]예술단체장 주먹구구식 인선, 언제까지 계속될까

입력 | 2013-12-12 03:00:00


2년 전. 임기를 마친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직원들과 조촐한 퇴임식을 가진 뒤 짐을 정리해 사무실을 비웠다. 하지만 집으로 가져간 짐을 미처 다 풀기도 전에 극장장에 재임명돼 돌아왔다. 퇴임 1주일 만이었다. 맞이하는 직원들이나 돌아온 극장장이나 어색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난달 8일 손진책 감독이 물러난 뒤 국립극단 예술총감독 인선은 계속 오리무중이다. 이런저런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용훈 사무국장과 김광보 연출 2명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거듭 내놓고 있다.

국립극단 올해 라인업은 지난해 12월 송년회 때 발표됐다. 내년 윤곽이 어찌 될지, 아직껏 누구도 모른다.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 한 중견 공연계 인사는 “예술총감독직 제의를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은 “그 인사에 대한 추천이 있었지만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적대는 인선 때문에 불필요한 말만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마케팅 담당자는 “문체부의 주먹구구식 예술단체장 인선은 국공립 예술단체 운영이 장기적 계획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10년 넘게 국공립 단체에서 일했지만 정관대로 단체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후임이 정해져 예산 등 중요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어떨 때는 공모하고, 어떨 때는 임명하고, 공모를 시작했다 취소하기도 하고…. 중구난방이다.”

다른 담당자는 “3월 예술의전당 사장이 임명됐을 때 직원들 대부분이 ‘그 사람이 누구냐’며 어리둥절해했다. 예술단체장 자리가 공연의 품질이나 운영 정책보다는 다른 요인에 좌우되는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9월 ‘새 예술정책 토론회’를 열어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을 통합하고 국립오페라단을 예술의전당으로 편입하는 등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체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단체장 인선조차 제때 못하는 상황에서, 3개월 전 그 청사진이 얼마나 실질적 진전을 보고 있는지는 묻기도 민망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