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임기를 마친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직원들과 조촐한 퇴임식을 가진 뒤 짐을 정리해 사무실을 비웠다. 하지만 집으로 가져간 짐을 미처 다 풀기도 전에 극장장에 재임명돼 돌아왔다. 퇴임 1주일 만이었다. 맞이하는 직원들이나 돌아온 극장장이나 어색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난달 8일 손진책 감독이 물러난 뒤 국립극단 예술총감독 인선은 계속 오리무중이다. 이런저런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용훈 사무국장과 김광보 연출 2명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거듭 내놓고 있다.
국립극단 올해 라인업은 지난해 12월 송년회 때 발표됐다. 내년 윤곽이 어찌 될지, 아직껏 누구도 모른다.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 한 중견 공연계 인사는 “예술총감독직 제의를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은 “그 인사에 대한 추천이 있었지만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적대는 인선 때문에 불필요한 말만 쌓이고 있는 셈이다.
“10년 넘게 국공립 단체에서 일했지만 정관대로 단체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후임이 정해져 예산 등 중요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어떨 때는 공모하고, 어떨 때는 임명하고, 공모를 시작했다 취소하기도 하고…. 중구난방이다.”
다른 담당자는 “3월 예술의전당 사장이 임명됐을 때 직원들 대부분이 ‘그 사람이 누구냐’며 어리둥절해했다. 예술단체장 자리가 공연의 품질이나 운영 정책보다는 다른 요인에 좌우되는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9월 ‘새 예술정책 토론회’를 열어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을 통합하고 국립오페라단을 예술의전당으로 편입하는 등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체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단체장 인선조차 제때 못하는 상황에서, 3개월 전 그 청사진이 얼마나 실질적 진전을 보고 있는지는 묻기도 민망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