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에 초점… 민주 반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의 예산통제권 강화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 보호 입법화 등에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특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정치 개입 막는 내부장치 마련
국정원 직원이 상급자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을 경우 감찰실 산하 부당명령 심사청구센터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 센터에서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실 산하에 설치된 적법성 심사위원회에 해당 사안에 대한 심사를 의뢰하게 된다. 심사위원회에서 이 지시가 법적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심사청구센터는 이의를 신청한 직원에게 ‘명령을 이행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상급자는 징계위에 회부하는 방식이다.
국정원은 변호사 출신 인력을 대폭 확충해 준법통제처도 만들겠다고 했다. 부당명령 심사청구제도가 이미 내려진 지시를 사후에 걸러내는 장치라면 준법통제처는 국정원이 추진할 일이 법적으로 올바른지 사전에 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정원은 부서별로 민감하거나 문제 소지가 있는 업무에 대해 사전에 준법통제처에 법률 자문을 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 금지 서약도 의무화된다. 현직 국정원 직원은 각 부서장에게, 부서장은 차장에게, 차장은 국정원장에게 서약을 하고, 새로 채용되는 직원에게도 서약을 받도록 한다는 것. 국정원 직원이 퇴직한 뒤 3년 안에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관련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특정 정당과의 ‘거래’를 통한 정치 활동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단순히 국정원 내부 제도 운용만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내부 통제 기능만 강화하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만큼 국정원 직원의 직무거부권과 내부공익제보자보호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 정보활동 및 대북심리전 일부 제한
국정원은 기존의 정보활동과 대북심리전 업무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개혁안에 담았다. 국회, 정당, 언론사에 ‘국내 정보관(IO)’을 상시 출입시키던 제도를 폐지하고,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진 대북심리전은 ‘(대북)방어심리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업무에만 국한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대북 정보 수집 및 사이버 대응 활동을 계속하되 방어심리전을 펼칠 때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관련된 언급을 금지해 정치 개입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특위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IO 제도는 전면 폐지하고 그 인력들을 대북파트 또는 해외파트로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북심리전단은 국정원에서 폐지해야 하는 부서”라며 “정보기관은 정보의 수집 배포 작성 권한만 있을 뿐 직접 대북심리전을 수행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날 국정원 자체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 여야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대공수사권 폐지(검찰 경찰 이관) △국회의 예산통제권 강화 △정보업무 기획조정 권한 이관 등에 대해선 개혁안에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은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해 국정원의 ‘돈줄’을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남 원장은 “선진국 국가정보기관도 모든 것을 샅샅이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정원이 가진 정보업무 기획조정 권한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국정원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이라는 태도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