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대부업계 1위인 이 회사는 지난 시즌 모기업이 없어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를 받고 있던 드림식스(현재 우리카드)의 네이밍 스폰서를 했다. 17억 원을 투자했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이에 고무된 러시앤캐시는 올 3월에 드림식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우리금융지주에 밀리자 아예 팀을 창단한 것이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공채에는 80여 명 채용에 1800여 명이 몰려 2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경쟁률도 20 대 1이 넘었다. 최종 합격자 가운데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물론 해외 유명 대학 졸업자도 많았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취업난이 극심하기도 했지만 프로구단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이 회사의 얘기다. 현재 프로배구 남자부에는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LIG손해보험 등 굴지의 금융사들이 있다. 적어도 코트에서는 이들과 대등한 관계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대부업체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스폰서를 하기 전과 비교하면 경쟁률은 물론이고 지원자들의 스펙이 놀랄 만큼 좋아졌다. 게다가 단체 응원을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아졌다. 배구단을 통해 얻은 게 많다”고 말했다.
스폰서를 하는 것과 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비용이 몇 배가 더 들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인식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몇몇 기존 구단 관계자들은 불편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말이 좋아 ‘소비자 금융업’이지 본질은 사채업인 회사가 대기업처럼 책임감을 갖고 구단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몇 시즌 운영하다 성적이 안 나면 바로 손을 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도 있었다.
러시앤캐시 배구단이 정말 조만간 사라질지 아니면 기존 구단처럼 뿌리를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 회사가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배구단의 수명을 연장해 줬고, 새 구단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프로배구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구단 운영에 과감하게 뛰어든 러시앤캐시와 그 배구단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