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잉여들의 히치하이킹(오른쪽). 사진제공|스튜디오 다다쇼·서플러스
연말 극장가에 스타 배우를 앞세운 대작 영화만 있는 건 아니다.
규모가 작고 유명한 배우도 출연하지 않지만 이야기의 힘은 여느 경쟁작보다 강한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날개를 펴고 있다.
상영일수가 늘어날수록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의 지지를 더한다.
2011년 ‘돼지의 왕’으로 사회고발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사이비’는 다양성영화로 분류돼 평균 20여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는 상황. 상업영화들과 비교해서는 악조건이지만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 속에 11월21일 개봉 이후 13일까지 누적 관객 2만2000여명을 모았다.
‘사이비’는 ‘돼지의 왕’으로 사회적 문제를 냉정한 시선으로 담아내 호평 받은 연상호 감독이 믿음과 종교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성인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으로 실사 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를 드러내며 장기 상영에 돌입했다.
흥행 속도 또한 ‘돼지의 왕’보다 빠르다. 2년 전 개봉해 누적 관객 1만8603명을 모은 ‘돼지의 왕’의 기록을 ‘사이비’는 이미 뛰어넘었다.
배우 류승룡은 ‘사이비’에 대해 “맹신, 광신, 잘못된 믿음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며 “실사보다 신랄하고 적나라한 영화”라고 평했다.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한 배우 권해효와 오정세가 만들어낸 시너지도 상당하다.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관객 반응도 심상치 않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네 명의 청년들이 과감하게 자퇴서를 내고 떠난 1년 간의 유럽 여행기를 담은 영화는 평균 30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가운데서도 13일까지 1만3000여명을 불러 모았다.
여행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반응. 11월28일 개봉 이후 2주 만에 거둔 눈에 띄는 성적이다.
연출자인 이호재 감독과 여행에 함께한 출연진은 개봉 3주째에 접어들어서도 서울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 등 전국을 찾아다니며 무대인사와 관객 대화를 진행하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 영화 외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실력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만든 환상의 하모니를 뭉클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 역시 13일까지 1만2000여명을 동원하며 조용히 흥행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