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승환 “이대호 홈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입력 | 2013-12-14 03:00:00

日무대서 재회 두 스타 ‘묘한 인연’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으로 활약할 오승환(31)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32개의 홈런을 맞았다. 그 가운데 오승환의 선수 인생을 바꿔놓은 홈런이 하나 있다.

2010년 6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7-6으로 삼성이 앞선 9회말 2사 후에 펼쳐진 승부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이대호(전 롯데)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힘 대 힘으로 맞붙은 것이다.

자존심을 건 둘의 대결에서 오승환은 직구로만 승부했다. 문제는 당시 오승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 시속 150km를 쉽게 넘는 돌직구가 그날은 최고 146km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구마저 들쭉날쭉했다. 운명의 6구는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이대호는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사직구장 밤하늘을 가로질러 중앙 스탠드 상단에 꽂혔다. 비거리 14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동점 홈런을 허용한 오승환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틀 후 오승환은 2군행을 통보받았다.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고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오승환은 그해 다시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최근 한신행이 확정된 뒤 오승환에게 그날의 승부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대호의 그 홈런 덕분에 오늘의 내가 일본에 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만약 그날의 결과가 좋았다면 2군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픈 팔꿈치를 안고 시즌을 치렀을 것이다. 하지만 홈런을 맞고 2군에 내려가게 되면서 팔꿈치의 이상을 발견하고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즌 오승환은 이대호와 일본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오릭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등 일본 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프트뱅크처럼 리그가 다를 경우에는 인터리그(교류전)나 포스트시즌에서 대결하게 된다.

오승환은 “대호는 내가 상대한 선수 중 최고의 타자다. 반드시 대호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등판하는 시점이 항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든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호도 그중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한국에서 이대호와 상대해 25타수 8안타(3홈런)를 허용했다. 삼진은 8개를 잡았고 볼넷은 1개를 내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