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선비 나가신다/한정영 글·강영지 그림/196쪽·1만1500원·샘터
서유구(1764∼1845)는 조선의 브리태니커라 불리는 ‘임원경제지’를 편찬한 조선 후기의 학자다. 서유구가 방대한 분량의 백과사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의 아들 우보의 시각을 통해 동화로 풀어냈다. 실제로 아들은 ‘임원경제지’ 전체를 교정하는 고된 작업을 맡았다.
정약용(1762∼1836)과 동시대 인물인 서유구는 18년 동안 서민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며 연구했다. 농업, 의학, 생물학, 예술, 천문, 식품 등 16가지 분야에서 조선시대의 다양한 지식을 집대성한 ‘임원경제지’는 총 113권에 달한다.
“내가 추구하는 학문이 바로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런 학문이란다. 학문적 성과가 쌓이면 백성을 풍요롭게 할 것이니라. 또한 그리 해야만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그릇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느니라.”
서유구는 청나라에서 가져온 북감저(감자)를 심고, 18세기 일본의 백과사전 ‘왜한삼재도회’에 소개된 가수저라(카스텔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당대 가정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규합총서’를 쓴 서유구의 형수 빙허각 이씨도 등장한다.
이야기는 홍수를 겪으며 몸이 상한 우보가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몸을 추스르는 장면으로 끝난다. 현실에서 우보는 건강 악화로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