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깨비/이연실 글, 그림·김향수 사진/48쪽·1만2000원·반달
반달 제공
오래전 일입니다만 저도 눈물겹게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잘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은 한 뼘씩 자랍니다. 과학적인 근거로도 충분하지만 아이들로서는 이 믿을 수 없는 마법이 실은 작은 도깨비들의 작전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벽 한쪽에 하룻밤만큼 자라난 키를 재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잠잠깨비는 아이들이 잠들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바로 출동합니다. 꿀잠 꽃밭을 가로지르고, 드르렁 개울도 건너고, 소록소록 버섯 숲길을 지나 베개 산 깊은 잠 동굴 끝에 다다릅니다. 뿌연 졸음 안개를 걷어내면 세상모르고 잠이 든 아이가 보입니다. 잠잠깨비들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손으로 만든 인형과 소품 하나하나가 상상 속에서 출발했지만 충분히 현실감 있는 연출로 생동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어린이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계획하고 구성한 치밀함이 능청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판타지를 구현해냈습니다.
작가 이연실의 손끝에서 살아난 오브제들은 화면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습니다. 잠잠깨비네 연구실, 아이 방 어디에나 즐겁고 재미난 소품들이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잠잠기계 디자인과 설계 과정이 빼곡한 앞면지를 보면 신기합니다. 잠잠마을 지도가 실린 마지막 지면을 살펴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푹 잘 자고 난 아침, 아이가 팔이며 다리가 쑤시고 아프다고 할 때는 잠잠깨비가 다녀간 게 분명합니다. 잠잠깨비가 뜯어진 베개 한 귀퉁이로 드나든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춥고 긴 겨울밤,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