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을 찾은 앨런 펠드먼 MGM그룹 리조트사업부문 수석부사장(54·사진)은 21세기 대표 청정(淸淨)산업으로 꼽히는 MICE산업을 육성하려면 한국도 글로벌 수준의 복합리조트 단지에 서둘러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관광, 쇼핑, 이벤트 등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GM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0조 원을 넘는 세계 2위 글로벌 호텔 및 카지노 기업으로 라스베이거스 시티센터를 비롯해 세계 주요 도시 15곳에서 대형 복합리조트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10조 원을 투자해 2009년 완공한 시티센터는 카지노산업에 의존하던 라스베이거스를 국제회의와 관광 중심지로 바꿔놓았다. 라스베이거스는 연간 40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 가운데 84%가 재방문객일 정도로 미국의 대표적 가족 휴양지로 변신했다.
국민성이 청렴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는 2009년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사업장이 포함된 마리나 베이샌즈 등 복합리조트 2곳을 개장했다. 2010년 이후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은 40% 이상 증가하고 관광수입도 100억 달러 이상 늘었다.
펠드먼 부사장은 “복합리조트 사업의 관건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가 여부”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외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사업장이 약 20개 있지만 내국인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은 강원랜드뿐이다. 그는 “카지노 사업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관광을 위한 복합리조트 사업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2년 사이 한국을 6차례 찾아 인천 영종도, 부산, 제주 등을 답사한 그는 “글로벌 관광 트렌드가 관광과 쇼핑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리조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갈 길이 멀다”며 “일본이 복합리조트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이달 통과시키면 한국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