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넥센은 ‘통 큰’ 연봉협상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넥센의 연봉협상은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이장석 대표의 생각이 만들어낸 한 편의 작품과 같았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화끈한 연봉협상의 숨은 뜻
간판급 선수와 먼저 계약…잡음 최소화
FA보단 ‘제식구 챙기기’로 박탈감 해소
이토록 기승전결이 뚜렷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올 겨울 큰 화제를 만들어 낸 넥센의 연봉 협상 얘기다. 넥센이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해 흥행 대박을 이끌어낸 한 편의 ‘블록버스터’다.
이들의 소감 첫 머리는 한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단에서 더 많이 제시해서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구단과 선수는 서로 상대가 얼마를 부를지 가늠해본 뒤 단단히 정신을 무장한 채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그러니 기대를 뛰어 넘는 금액을 듣게 되면 저절로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다.
넥센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박병호와 가장 먼저 계약했지만, 이번에는 늘 구단의 간판이었던 강정호의 기를 살려 주는 의미에서 올 겨울 1호로 재계약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올해 넥센을 가장 빛낸 선수인 박병호의 연봉 계약 역시 ‘최고의 하루’가 완성될 수 있도록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날 마무리했다. 제작비를 파격적으로 투자한 만큼, 스토리까지 탄탄하게 구성한 것이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올 시즌 막바지에 “우리 팀의 연봉 협상은 다른 구단과 반대다. 좋은 성적을 낸 간판급 선수들과 먼저 계약한다. 그래야 이후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서 나오는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선수들의 기대조차 뛰어 넘는 특급 대우에도 분명한 숨은 뜻이 있다. “야구를 잘하기만 하면, 누구나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을 선수들에게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거물급 선수들을 데려 오느라 정작 ‘제 식구’들을 소홀히 한다는 내부 박탈감도 없앨 수 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앞으로는 내부 자원 육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자립형 야구기업인 히어로즈가 또 하나의 생존법을 찾은 셈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