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의료정책 반대” 거리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주최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가 가세해 이들이 느끼는 불만과 위기의식을 보여주었다.
비대위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원격의료 도입, 병원의 자회사를 통한 영리사업을 허용하는 의료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은 이명박 정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잘못된 정책”이라며 진료 거부 등을 포함한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부가 지난달 원격의료 허용을 포함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전격적으로 입법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전국 언론사를 돌며 대국민 원격의료 반대 설득을 위한 투어를 시작했다.
이들의 집단행동 수위는 의약분업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투쟁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높았다. 심지어 보건의료 현안마다 각을 세웠던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도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이들 세 단체가 한 가지 의료 현안에 같은 목소리를 낸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정부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려 1차 의원기관인 동네 병의원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지난달 발표한 개정안에는 원격의료는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허용하되 대형병원은 큰 수술을 받은 뒤 재방문이 어려울 때만 허용하게 했다. 또 당정은 10일 원격의료 전문병원은 불허하는 내용을 최종 법안에 반영시키기로 했다.
일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의료산업 융합 그리고 경쟁력 측면에서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것이 찬성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비대위는 ‘개미구멍이 결국 둑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병원이 수술 뒤나 재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지만 각종 편법이 동원되면 사실상 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병원의 자회사를 통한 영리사업을 허용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병원은 비영리기관으로 두되 자회사를 통해 영리 추구를 허용하면 의료 공공성과 경영난 타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반면 의료계는 ‘사실상 영리병원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