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향후 북한
○ 김정일 추모식은 시작일 뿐
북한은 17일인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애도 기간에 돌입한 상태다. 애도 기간은 24일경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애도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행사들이 연말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24일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할머니 김정숙의 생일이자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일이다. 북한은 해마다 이날을 맞아 한 달 전부터 작업단위별로 예술 공연을 준비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이후부터 애도 기간과 겹치면서 공연은 사라졌다. 이어 27일은 북한의 헌법절. 2년 전 12월 30일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취임하면서 북한 연말 달력에 최고사령관 취임기념일이란 새로운 행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북한은 주요 일정을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삼아 각종 행사를 열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주민들은 직장별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결의모임, 김정은에게 충성편지 쓰기, 장성택 처형 소감 발표 등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김정일 사망일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기, 추도식, 김정일 혁명사상 학습 등의 행사가 벌어진다.
○ 본격적 사상학습 및 숙청은 내년 초에?
12월이 각종 기념일을 계기로 한 행사 기간이라면 1월은 학습과 총화의 기간이다. 일단 김정일 사망일을 맞아 잠시 숨을 고른 ‘장성택 일당 숙청 바람’도 새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다. 북한이 이날을 공식적인 기념일로 만들어 발표할지 주목된다.
이런 기류에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북한 주민들은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못하고 김정은 신년사 암기에 매달렸다. 당시 한 북한 주민은 “과거엔 신년사나 공동사설이 나오면 일반 주민은 맥락만 학습하면 됐는데, 신년사를 전체 암송하라고 내리먹인(지시한) 일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올해보다 더 혹독한 사상 학습이 강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 학습이 마무리 단계이던 1월 말부터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까지 계속 야간훈련, 비상대피훈련과 소개훈련을 지속했다. 내년에도 이에 못지않은 긴장 조성 카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국태 사망도 충격적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89)의 사망 소식도 북한 주민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하루 만에 김국태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주민들이 연이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국태의 사인을 급성심부전과 호흡부전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고위 간부들의 사망 소식을 발표할 때 통상 ‘오랜 기간의 지병’이라고 얼버무리던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으로 충격을 받아 김국태가 숨을 못 쉬고 사망했다는 설이 북한 주민들의 공포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태의 사망은 현재 공포에 눌려 숨쉬기조차 힘든 북한의 심리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