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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일 2주기, 김정은 집권 3년 차… 더 위태로워진 북한

입력 | 2013-12-16 03:00:00


내일은 김정일 사망 2주기다. 김정은을 기준으로 하면 집권 3년 차가 시작되는 날이다. 장성택 공개 처형은 지난 2년 동안 김정은이 3대 세습 권력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차질이 있었다는 반증(反證)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붕괴 징조를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서 읽을 수 있다. 판결문은 “(장성택이) 앞으로 인민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하면 군대도 정변(쿠데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는 때를 결정적인 거사 시기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북한의 2인자가 경제가 무너지고 국가가 붕괴하는 시기를 예상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정이 악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광복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는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다. 북한 동포의 신음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동유럽의 민주화와 북아프리카의 봄이 북한에도 밀려가야 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이후 신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이려는 듯 공개 활동을 했다. 북한 언론은 그가 14일과 15일 각각 인민군설계소와 마식령스키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고령으로 사망한 북한 원로 김국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는 장성택의 처 김경희와 측근 몇몇도 이름을 올렸다. 장성택 처형의 파장은 북한 인사들의 김정일 2주기 행사 참석 여부에 따라 좀 더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다.

27세에 최고권력자가 된 김정은은 김정일이 남긴 권력 장악 시나리오와 측근의 보호를 받으며 권력을 다졌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변함없이 충성을 다했던 장성택을 처형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김정은이 앞으로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고모부까지 잔인하게 죽인 젊은 독재자를 보면서 어느 측근이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겠는가. 공포정치가 체제의 기반을 단단히 하기는커녕 북한 고위 인사들에게 누구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여기에 경제 파탄으로 곳곳에 불만이 쌓이면 장성택이 노렸던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북한의 향배(向背)는 2400만 북한 주민의 안위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와도 직결된다. 북한 수립 후 어느 때보다 불안해진 북한체제의 움직임에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