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김정일 사망 2주기다. 김정은을 기준으로 하면 집권 3년 차가 시작되는 날이다. 장성택 공개 처형은 지난 2년 동안 김정은이 3대 세습 권력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차질이 있었다는 반증(反證)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붕괴 징조를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서 읽을 수 있다. 판결문은 “(장성택이) 앞으로 인민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하면 군대도 정변(쿠데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는 때를 결정적인 거사 시기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북한의 2인자가 경제가 무너지고 국가가 붕괴하는 시기를 예상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정이 악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광복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는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다. 북한 동포의 신음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동유럽의 민주화와 북아프리카의 봄이 북한에도 밀려가야 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이후 신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이려는 듯 공개 활동을 했다. 북한 언론은 그가 14일과 15일 각각 인민군설계소와 마식령스키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고령으로 사망한 북한 원로 김국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는 장성택의 처 김경희와 측근 몇몇도 이름을 올렸다. 장성택 처형의 파장은 북한 인사들의 김정일 2주기 행사 참석 여부에 따라 좀 더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다.
북한의 향배(向背)는 2400만 북한 주민의 안위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와도 직결된다. 북한 수립 후 어느 때보다 불안해진 북한체제의 움직임에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