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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정부-기업 합작 ‘정년연장 연착륙’

입력 | 2013-12-17 03:00:00

[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9ㆍ끝>장년고용의 사회적 합의




독일 바이에른 주의 소도시 에를랑겐. 인구 10만 명 남짓한 이곳 중심부에 ‘하이테크(HEITEC)’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하이테크는 원자력발전 설비나 첨단 의료기기의 전자부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기업.

이 회사 근로자 약 950명 가운데 55세 이상 근로자는 40여 명. 이들은 자신이 원하면 모두 정년(약 66세)까지 일할 수 있다. 물론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이테크는 이들을 위해 매년 일정 기간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 교육기관에 위탁해 점검과 교육을 진행하는 것. 회사는 교육비 전액과 급여까지 지급한다.

하이테크는 오랜 기간 생산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가 신입사원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협업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미하엘 켐니츠 인사담당 이사는 “정년 연장은 기본적으로 법을 따르지만 근로자 인사에 대한 모든 방안은 노사협의회에서 협의한다”며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회사 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서 하이테크 같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독일 근로자들은 55세 전후에 직장을 그만두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1980, 90년대 독일에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계화가 확산됐고 이것이 장년 근로자의 퇴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장년층 고용정책도 전환점을 맞았다. 2006년 11월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는 법정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부터 시작돼 1년에 1개월씩, 2024년부터 2029년까지는 매년 2개월씩 늘리는 방안이다. 고령자를 고용하면 보조금을 주고 능력 개발 지원 규모도 대폭 늘렸다.

이에 힘입어 독일의 전체 고용률(15∼64세)은 2003년 64.2%에서 2008년 70.2%, 2011년에는 72.6%로 올랐다. 장년층 고용률 역시 정년 연장을 결정했던 2006년 45%에서 2011년 59.9%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 내부에서는 아직도 ‘정년 연장’ 논쟁이 치열하다. 노사 간 의견 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그만큼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루디 루츠 독일 금속노조 뉘른베르크지부 부지부장은 “정년을 늘려 더 일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연금을 아끼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대신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연장자라고 반드시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임금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들이 장년층을 위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연방노동청 산하 고용연구소(IAB)의 루츠 벨만 박사는 “한국의 경우 기업은 물론 근로자 자신도 고령화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가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령화에 맞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뉘른베르크·에를랑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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