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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유아인이 철학자 지젝의 책을 읽는다고?

입력 | 2013-12-17 03:00:00

철학하는 스타, 생각하는 연예계




두 사람을 수식하는 말이 늘었다. ‘지젝 읽는’ 유아인과 ‘유아인도 읽는다는’ 지젝. 동아일보DB

“우리는 ‘어떻게 이 일상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가?’라고 묻지 말고 차라리 ‘이 일상의 현실이 과연 그토록 확고하게 실존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지젝.”

배우 유아인(27)이 슬로베니아의 비판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슬라보예 지젝’으로 통용됨·사진)가 쓴 ‘전체주의가 어쨌다구’(새물결)에 나오는 구절을 트위터에 인용해 화제다.

누리꾼들은 유아인이 어려운 철학서적을 읽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유아인이 지젝을 읽다니. 나도 읽다가 던져버린 지젝.” “유아인 표현이 좀 거칠긴 해도 깊은 사고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해.” “유아인 씨 지젝도 읽네. 내가 유아인이었으면 책 같은 거 읽지 않고 방탕하게 살았을 텐데….”

하지만 유아인의 팬들 사이에선 ‘지젝 읽는 유아인’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아인은 2010년경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러 책들에 관한 글을 올렸고, ‘전체주의가 어쨌다구’는 그중 하나였다. 당시 유아인이 언급한 작품들 중엔 미국 작가 J D 샐린저와 리처드 브라우티건,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여러 일본 작가의 소설과 국내 작가 피천득 공지영 이외수 씨의 산문집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유아인이 읽은 책 목록을 공유하며 “유아인 덕에 지젝의 책을 읽었다” “주변에서 유아인이 지젝을 읽는다며 특이한 놈이라고 해서 나도 엄청 으쓱했다”는 경험담을 주고받았다.

유아인의 지젝 애호에 대해 학자들은 지젝이 대중문화 텍스트를 바탕으로 철학을 전개하기 때문에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올 9월 지젝과 알랭 바디우의 강연을 기획했던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당시 적지 않은 연예인이 이 강연을 들으러 와서 놀랐다.”면서 “지젝은 독특한 주체, 차이와 특이성을 옹호하는 학자인데 어린시절부터 연예계에 몸담아 남과 다른 삶을 살았던 연예인들은 그의 철학이 유난히 더 끌릴 수 있다”고 했다.

‘전체주의가 어쨌다구’를 번역한 한보희 연세대 강사는 “유아인 또래의 젊은 층에게는 지젝 특유의 유쾌한 비판정신이 호소력이 있다”면서 “현실보다는 초현실적인 것에 실재가 있다고 말하는 지젝의 해석에 현실과 연기 사이의 진실을 찾는 연기자로서는 공감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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