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후 北 어디로]
김정일 2주기 맞아 충성맹세
북한은 지난해 김정일 사망 1주기(12월 17일) 하루 전날인 12월 16일 추모행사를 공개했다. 그러나 올해는 16일 추모행사가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모행사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12일) 파문 이후 북한에서 열리는 가장 큰 공식 행사다. 주석단에 앉은 인물의 좌석 배치와 역할 등을 통해 북한 수뇌부의 변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 신(新)실세 최룡해 장정남의 위상 확인
북한은 지난해 12월 16일 평양체육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했고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이를 생중계했다. 당시 주석단에는 장성택과 그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 등이 앉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할 것을 다짐하는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맹세모임이 16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약식 분열행진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이영길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인민무력부(한국의 국방부에 해당)의 장정남 부장, 서홍찬 제1부부장, 윤동현 부부장 등 군부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최룡해와 장정남은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의 첫 대외활동인 ‘인민군 설계연구소’ 방문(14일 보도)에도 수행했던 인물로 굳건해진 위상을 재확인했다. 천안함 폭침 등 대남 도발을 주도했던 김격식 전 총참모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김경희를 비롯한 당 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이 참석했다는 언급도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1994년 사망한 김일성의 경우도 1주기 때는 사망 전날인 7월 7일 추모대회가 열렸으나 2주기 이후에는 사망 당일(7월 8일) 개최됐다”고 말했다. 김정일 추모대회도 올해가 2주기인 만큼 12월 17일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북한은 12월 16일 추모대회를, 다음 날인 17일 육해공군 충성결의대회를 열었다.
○ 장성택 처형이 추모식에 미칠 영향 주목
추모행사가 열리지 않았거나 보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장성택 처형의 여파에 따른 정치적 정지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장성택을 숙청에 그치지 않고 처형까지 함으로써 김정은은 고모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른 셈”이라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속에 군부와 당 인사의 권력투쟁이 지속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주변 인물들이 14일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려 일단 숙청은 면했지만 공개활동에 나올 정도로 해금이 안 됐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