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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포정치’의 어두운 미래

입력 | 2013-12-18 03:00:00

北 김정일 2주기 행사의 불안징후
① 핏줄 김경희 모든 행사 불참
② 新파워엘리트 등장 기대이하
③ 추모사에 2013년 성과 언급없어




김정은-이설주 나란히 금수산궁전 참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부인 이설주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이설주가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과거의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아른거린 행사였다. 겉으로는 견고하고 웅장했지만 최고지도자의 최측근 처형이 가져온 충격의 여파를 미처 감추지는 못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인 17일 오전 평양체육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다.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김정은과 이설주 부부가 함께 참석한 참배행사도 진행했다.

조선중앙TV가 실황 중계한 이날 중앙추모대회의 주석단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이영길 군 총참모장 등이 중앙에 자리 잡아 핵심 실세임을 확인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떠오르는 파워엘리트들도 도열했다. 노두철 내각부총리와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 최근 전격 처형당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들도 거의 대부분 주석단에 등장해 일단 숙청의 칼날을 피해 갔음을 보여줬다. 다만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는 이날 행사들에 모두 참석하지 않아 배경에 의문을 낳았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결의연설에서 “어떤 평지풍파 속에서도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결사보위하겠다”며 충성을 맹세했다. 또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날강도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책동이 극히 무모한 단계에서 감행되고 있다”며 “침략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성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 원로인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과 김정각 김일성군사종합대 총장,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 등은 작년과 달리 이번 행사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군단장급 인사의 44%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사라진 인물들의 퇴장이 다시 확인된 자리였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주석단의 인물 면면을 예상만큼 많이 교체하지는 않았다. 장성택 처형 직후 지도부 내부의 동요를 의식한 ‘숨고르기’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날 행사가 김정은 집권 3년차에 들어서는 북한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신호들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갓 서른인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그의 핏줄이자 유일한 후견인으로 남은 김경희가 모든 행사에 불참한 점, 주석단에 예상만큼의 신(新)파워엘리트 그룹이 등장하지 않은 점 등이 대표적인 근거로 거론된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읽은 추모사에서 장거리로켓 발사의 성공 등을 과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별다른 성과나 업적도 제시하지 못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 체제 정당성의 위기가 올 것”이라며 “북한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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