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김정은의 미래는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삐딱한’ 태도를 문제 삼아 처형한 그가 마치 ‘나 말고는 누구도 삐딱하게 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조선중앙TV 캡처
아들이 아버지를 추모하는 엄숙한 자리임을 감안해도 그의 표정은 너무 굳어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마치 전날 늦게까지 과음(過飮)한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며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 때 깔끔하고 근엄한 모습을 연출한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12일) 이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연일 보도됐던 그의 함박웃음 얼굴 사진과도 극명하게 대조됐다.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듯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공개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보도사진과는 달리 실황 중계된 추모행사에서는 그의 심리와 감정이 그대로 민낯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무표정함 자체가 추모대회임을 의식한 연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김정은이 행사 도중 삐딱하게 앉는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고 권력자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태도는 오로지 김정은 1명만이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장성택의 처형이 김정은의 권력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측근의 ‘국가전복음모’ 시나리오가 일단 현실화된 만큼 부하들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각계에 포진해 있는 장성택 라인을 뿌리째 뽑아내는 이른바 ‘여독청산(餘毒淸算)’은 만만치 않은 김정은의 과제다.
외로운 선택의 순간에 믿을 사람은 ‘백두혈통’의 가족뿐이지만 친형인 김정철과 여동생 김여정 등은 견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실질적인 집권 3년차인 내년에는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성과를 내놔야 하는 압박감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놓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며 “향후 상황이 악화되면 김정은의 호전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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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미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