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괘씸해서?… 김정은이 막아서?건강악화說-민심 의식 분석도
①시나리오 1: 너무 위독해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경희의 건강 문제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9월 초 북한 정권 창립 기념공연장에서다. 당시 기력이 없고 여윈 모습이었다. 김경희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 또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김경희가 조카의 권력 안정을 위해 남편의 숙청을 용인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의 건강이 남편의 처형을 막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편을 처형한 조카를 괘씸하게 여긴 김경희가 자의적으로 추도식에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서 현재 자신의 의지대로 공식 행사에 불참할 수 있는 인물은 김경희가 유일하다. 김정일도 생전에 김경희의 고집은 이기지 못했다.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도 김경희 앞에선 최대의 예의를 표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김정은이라도 고모가 불참하겠다고 작정했다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③시나리오 3: 민심 의식해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과 더불어 불만을 가진 북한 주민들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은 인물이 바로 김경희다. 장성택 처형 사유는 ‘천하의 만고역적’이었다. 주석단에 ‘만고역적의 부인’이 버젓이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은 몇 대를 멸족시키면서 너무하지 않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 수도 있다. 김경희 불참은 주민들에게 자숙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④시나리오 4: 김정은의 권유로?
김경희의 불참은 이런 네 가지 시나리오가 복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조합인지를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