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마담 김영남, 2년째 추모사… 몸 낮춰 자리 지켜 충신과시 최룡해, “침략자들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경제강조 현상주, 미사일 대신 마식령 속도전 칭송
‘가늘고 길게 사는 김영남, 위상 재확인한 최룡해.’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 추모사와 연설에서 드러난 북한 권력층의 현주소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추모사를 낭독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이날 추모사에서 김정일 선군정치에 대한 칭송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추모사 말미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튼튼히 세우는 사업을 주체혁명의 생명선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나아가겠다”며 충성맹세를 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국가수반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는 김영남의 실상이 그대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추모사에서 보듯 김영남은 김정은 시대에도 변함없이 북한의 ‘얼굴마담’ 역할을 할 것임을 드러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무색무취함으로 극도의 낮은 자세를 취하는 그의 처신이 온갖 숙청과 처형의 피바람을 피해간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실질적인 ‘넘버2’로 떠오른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북한군을 대표해 결의 연설을 하며 급상승한 위상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주기 추모대회에서도 최룡해가 결의 연설을 했지만 당시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처음 확인되는 ‘수모’도 겪었다. 최룡해는 이날 장성택 처형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혁명무력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르며 그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