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상속자들’ 영화 ‘친구2’서 잇단 대박 행진 김우빈
‘상속자들’ 초반에 김우빈은 앞머리를 올리고 나왔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영도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앞머리를) 올려야 한다, ‘여심’을 공략하려면 내려야 한다고 의견이 갈렸죠.” 그는 결국 ‘여심’을 택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멀티숍에서 만난 김우빈은 “갑작스러운 인기가 고마우면서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무명 시절 자기계발서 ‘시크릿’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며 한 줄씩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에게서 극 중 ‘반항아’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김우빈은 종종 모범생 같은 답변을 한 뒤 큰 입으로 “재미없죠?”라며 머쓱해했다.
―‘상속자들’이나 ‘친구2’, 앞서 출연한 드라마 ‘학교 2013’까지 반항아 역할만 맡았다.
―같은 반항아라도 배역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
“역할을 맡으면 그 인물의 일대기와 100문 100답을 세세하게 작성한다. 사실 ‘친구2’ 성훈과 ‘상속자들’의 영도는 집안 환경부터가 극과 극이다. 영도보다 성훈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영도처럼 잘살진 못했지만 고등학생의 첫사랑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 성훈이 가진 마음의 상처, 아픔의 깊이에 공감하는 게 쉽지 않았다.”
―‘상속자들’에서 영도는 일진이다. 극 초반 학교폭력 미화 논란도 겪었다.
“학교폭력을 옹호한 건 아니었다. 다만 앞서 학교폭력 추방 공익광고를 찍었는데, 학교폭력의 가해자 연기를 하려니 좀 죄송했다.”
“반항은 해봤는데 큰 사고를 친 적은 없다. 어릴 땐 무척 내성적이었다. 일하면서 바뀌는 것 같지만.”
―모델 출신인데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중1 때부터 모델을 꿈꿨고 그 외의 것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에이전시에서 연기를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모델 일이나 연기나 방법의 차이지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조각 같은 꽃미남은 아니다.
―본인은 언제 뜰 거라고 생각했나.
“지금보다 2, 3년 더 준비할 생각이었다. 천천히 기본을 다지면서 30대가 되면 뭔가 보여줘야지 했다.”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한때 에이전시(와의 법적 분쟁) 문제로 사우나에서 6개월간 먹고 자면서 물로 배 채웠던 시절도 있다. 다행히 이후 일이 잘 풀렸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좋은 배우. 다만 좋은 배우의 기준이 뭔지 찾고 있다. 올해 초까진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이 끝난 뒤엔 스태프들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촬영장에 익숙해지면서 카메라 너머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머지 기준은, 다음 작품 끝나면 말씀드리겠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