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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놀거리-볼거리 많은 제주… 대표축제는 없다?

입력 | 2013-12-19 03:00:00

50여개 축제, 소재-재미는 빈약
‘올레걷기’ 제외하곤 인기 적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해마다 열리는 ‘들불축제’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망축제로 선정됐다. 하지만 제주의 색깔을 온전히 보여주는 대표 축제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시 제공

국내 관광 1번지이자 글로벌 관광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제주에 언제쯤 대표 축제가 하나 생길까.

문화체육관광부가 16일 발표한 전국의 대표적인 축제 40개 가운데 제주에서는 ‘들불축제’만이 낮은 등급인 유망 축제로 뽑혔다. 이번 발표에서는 대표 축제 2개와 최우수 축제 8개, 우수 축제 10개, 유망 축제 20개 등 40개 축제가 선정됐다. 1995년부터 이뤄진 문화관광축제 평가에서 제주축제가 우수 축제 이상으로 뽑힌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제주의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축제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대표 축제로 선정된 김제지평선축제는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으며, 화천산천어축제는 미국 CNN 방송으로부터 ‘세계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소개되는 등 극찬을 받았다. 최우수 축제에는 강진청자축제, 무주반딧불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제주에서 ‘축제’라는 이름을 내건 크고 작은 행사는 한 해 5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규모도 축제로 불리기 민망할 정도이고 프로그램도 차별성 없이 엇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리돔, 방어, 한치, 벚꽃, 고사리 등을 주제로 한 축제는 시식회, 문화공연, 먹을거리 장터에다 맨손으로 해산물 잡기 등 체험 행사 몇 가지를 끼워 넣는 식이다. 일부 축제는 관광객과 주민에게 특산물을 파는 행사로 변질돼 문화보다는 수익성에 치우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올레걷기축제’는 그나마 제주에서 새로운 축제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하루에 올레길 한 코스씩을 걸으며 문화행사를 즐기고,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어 해마다 참여 인원과 공연 팀, 자원봉사자가 늘고 있다. 전문 요리사가 지역 주민과 합심해 새로운 식단을 만들고, 해녀들이 직접 나서서 공연을 한다. 농부들이 밭에서 직접 농작물을 설명하며 직거래까지 이어지는 ‘농부교실’은 쌍방향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재능기부와 올레 마을을 연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며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축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종 축제육성위원장은 “지역 주민을 축제 전문가로 양성하는 등 자생력을 키워 가야 한다”며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