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이근호는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그의 다음 꿈은 남아공 때 못 이뤘던 월드컵 출전이다. 스포츠동아DB
■ 상무에서 진화한 이근호
안주했던 나…상무서 타종목 선수 보고 자극
입대 후 목표 뚜렷…조급함 대신 여유 생겼다
월드컵 갈망 여전…내년 3월 A매치만 볼 것
“시련을 통해 성장했고, 당당해졌다.”
● 상무에서 새로운 날 찾다
- 브라질월드컵에 가기 위해 클래식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챌린지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현실에 순응하고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익숙해지는 게 싫었다. 나도 모르게 ‘이쯤이면 됐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적당히 하며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거칠고 치열한 경쟁이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봤다.”
- 언제부터 안주한다는 생각을 했나.
- 군 입대 후 많이 성숙해졌다던데.
“여기서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타 종목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부끄럽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저렇게 할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모든 걸 절제하고 참고, 마음을 가다듬고 인내하고…. 기술보다는 정신적으로 달라졌다.”
- 군인이라 좋은 점은 뭔지.
“처음 입대했을 때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란 생각을 종종 했는데,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 부족함이 뭔지, 모자란 게 뭔지 하나씩 채워나간다. 규칙적인 생활패턴도 큰 도움이다.”
● 2010년, 그리고 지금의 이근호
- 3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은?
“목표와 조급함의 차이다. 그 때는 뚜렷한 목표 없이 조급했고, 이젠 목표가 있고 조급하지 않다. 유럽 진출 실패로 방황하다보니 몸이 잘 안 따라줬다. 이는 경기장에서 나타났다. 준비도 없이 마음만 조급했는데 지금은 반대다.”
- 일련의 실패가 인생에 뭘 가져다줬나.
“여유가 생겼다. 군 입대를 택한 건 2014년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 순간의 과정, 어떤 결과에도 얽매이지 않고, 착실히 한 계단씩 오르겠다.”
- 그래도 2014년은 더 특별할 것 같다.
“부담도 덜하고, 조급하지 않아도 월드컵에 대한 갈망은 있다. 그냥 바로 앞만 본다. 반 년 후가 아닌, 당장 내년 1월 소집과 3월 A매치를 바라볼 뿐이다. 남아공월드컵은 당연히 갈 줄 알았고 오만했다. 돌이켜보면 탈락은 당연했다.”
- 그간 시련은 어떤 의미인지.
“인생관을 바꿔줬다. 단단해졌다.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강해졌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모든 역경을 이길 힘을 줬다. 틀림없다.”
- 내년에 ‘비운의 황태자’라는 수식을 떼어낼 수 있을까.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월드컵 한 골이면 드라마를 완성한다고.”
남장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