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양희서군 ‘스파이더 보이’ 변신
18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대전타임월드점 1층에 마련된 특설무대 대형화면에서 긴급 뉴스가 흘러나왔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던 무대 근처 쇼핑객들 앞에는 방망이를 손에 든 악당들이 나타났다. 만화 ‘스파이더맨’ 속 악당인 고블린과 죄수 복장을 한 그의 동료들은 “산타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쇼핑객들을 위협했다.
갤러리아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배트 키드(Batkid·어린이 배트맨)’ 이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기획했다. 미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배트맨이 되는 게 꿈인 백혈병 환자 마일스 스콧 군(5)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경찰과 언론사,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 대규모 이벤트를 열었다.
‘스파이더 보이’가 탄생한 갤러리아백화점 이벤트도 여러 도움의 손길 덕에 열릴 수 있었다.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이동준 씨는 특수효과까지 활용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서울액션스쿨의 배우들은 현란한 액션과 함께 악당 연기를 펼쳤다. 이들은 모두 무료로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했다. 양 군은 현장을 지켜본 백화점 직원 및 쇼핑객들로부터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착한 아들이 어서 완치가 돼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