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위안부 문제 해결… 양국 정상 대국적 결단 필요 ‘무라야마담화 계승’ 발언 재확인… 朴대통령, 사죄 요구는 그만 ‘전쟁 性피해 여성 구제’ 공금지원… 아베 유엔 연설에도 찬성 표시 “가까운 위안부 먼저 풀자” 제안땐 아베총리 마음도 분명히 움직일것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그런데 말이다. 그런 공포를 가장 가깝게 공유하고 밀접하게 연대해 나가야 할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도 못 가진 채 결국 해를 넘길 듯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탄생,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국은 게다가 지난달 중국으로부터도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동중국해 상공에서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얘기다. 주 표적이 일본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으로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중으로 만들어진 밀월 무드에 찬물이 뿌려진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역사인식에 대해 말하자면 아베 총리의 언동에 곡절이 있었다 해도 전후 50년을 맞아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먀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1995년)를 “현 정권에서도 전체 다 계승해 나간다”고 의회에서 말한 것은 무거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평가하면서 “변화가 없는 거지요”라고 아베 총리에게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한일 정상이 교환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도 좋다.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표현을 빌려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명확히 사죄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를 평가해 화해의 길을 제시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교환한 외교문서를 일본 총리가 계승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한국도 그 이상 아베 총리에게 새로운 사죄는 요구하지 않는 게 좋다.
다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이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곡절이 있었지만 최근 의회에서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쓰라린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에 대해서도 계승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분개해야 할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도 무력분쟁하에 여성에 대한 성적폭력이 그치지 않는 현실이다”라고 강조하며 그 예방과 피해자 구제에 틀림없이 공금을 사용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무시하면서 무슨 말을”이라고 매섭게 비판했지만 세상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오히려 이 연설을 활용해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내면 어떨까.
“아베 총리. 멋진 생각입니다. 대찬성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피해 예방에 나선다면 우선은 과거 상처를 안은 가까이 있는 여성들의 마음 치료 문제부터 함께 해결합시다.” 이렇게 제안하면 아베 총리의 마음도 반드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이를 거부한다면 아베 연설의 평판은 국제사회에서 땅에 떨어질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내에 양 극단의 강경 의견이 있어 해결을 어렵게 해왔다. 양국 정부가 대국적인 판단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해결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해결을 못하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들의 한을 달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미래에도 큰 화근을 남길 것이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