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파워왜건/ 맨 오브 스틸
또 다른 히어로 ‘배트맨’이 멋들어진 배트모빌을 타고 다니는 것과 달리 슈퍼맨의 자동차는 딱히 작품 속 존재감을 드러낸 적이 없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크립톤 행성의 외계인이니 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죠. 만화책에 등장한 ‘슈퍼모빌’도 실제 자동차를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한 미래의 탈 것으로 묘사됐습니다.
그런데 슈퍼맨이 타는 자동차가 점차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프리퀄(과거 개봉된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 ‘맨 오브 스틸’을 통해서입니다. ‘슈퍼맨의 자동차’를 만드는 공인을 따낸 행운의 회사는 미국 크라이슬러입니다. 그룹 산하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인 ‘램’과 영화를 접목한 마케팅을 실시한 겁니다. 영화 속 슈퍼맨의 양부모가 농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죠.
슈퍼맨은 침체를 벗어난 미국 자동차회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정작 영화 본편에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장면이 적었지만 크라이슬러는 톡톡한 광고 효과를 누렸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6월 이후 올 하반기(7∼12월)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은 최근 5년 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 개봉 예정인 맨 오브 스틸의 후속편에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등장한다고 합니다. 크라이슬러와 배트모빌의 맞대결이 그려지는 건 아닐까 기대됩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