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의 사람들
‘1인 다역’ 그림자로 17년을 살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56)는 딸의 그림자로 17년을 살았다. 박 씨의 헌신이 없었다면 김연아가 ‘여왕’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의 대표이사인 박 씨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지금은 김연아를 위한 전담 코치, 물리치료사, 매니저, 운전사 등이 있지만 김연아가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박 씨 혼자서 했다.
수줍은 요정을 여왕으로 만들다
김연아의 명품 프로그램들은 모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 코치(47)의 손을 거쳤다. 김연아와 윌슨 코치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시니어 데뷔 이후부터 같은 배를 탄 이들은 피겨 여자 싱글의 역사를 새로 바꿨다.
2006년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윌슨 코치를 처음 만났다. 당시 김연아는 기술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표현력에 대해서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처음 봤을 때 연아는 심각한 얼굴의 소녀였다”고 말한 윌슨 코치는 ‘무표정한 연아를 웃게 만드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첫 만남 후 2주 만에 김연아는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며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됐다. 수줍음을 잘 타던 소녀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줄 아는 소녀로 변했다.
처음 그리고 마지막도 함께하다
두 코치는 지난 시즌부터 김연아와 다시 인연을 맺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소치 겨울올림픽 정상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두 분은 피겨를 시작했을 때부터 기술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고 말했다.
최고의 만남과 최악의 헤어짐
김연아에게 2006년은 피겨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해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52)와 인연을 맺었다. 현역 선수 시절 오서 코치는 캐나다선수권대회 8연패와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오서 코치는 자신의 첫 제자인 김연아를 자신의 특기였던 트리플 악셀만 제외하곤 ‘모든 것이 완벽한’ 여왕으로 길러냈다. 이후 김연아는 각종 대회를 석권했다. 하지만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동행은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 측과 결별 원인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아름다운 끝을 맺지 못했다.
2006년 캐나다에서 훈련을 시작한 김연아의 어머니는 1년에 1억 원 정도 드는 훈련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 때 손을 내민 곳이 KB금융그룹이다. 김연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광고계약을 맺은 것. A급 연예인 수준의 광고비를 주며 김연아가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진영 KB금융그룹 광고팀장은 “당시 TV 광고 시사회 때 어머니 박 씨가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김연아가 어려울 때 후원을 시작해 지금과 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후원계약으로 바꾼 KB금융그룹은 내년 10월까지 김연아를 후원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