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출입기자단 만찬장 박장대소
동영상은 도청을 당하는 것을 모르는 반 총장이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반 총장은 일하면서 약속돼 있는 가수 스티비 원더를 만나기 전에 흥에 겨워 가볍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반 총장이 춤을 추면서 “나는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hardest working·하디스트 워킹)’ 사무총장이 될 거야”라고 혼잣말로 다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엿듣던 정보 요원들이 이를 올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은 ‘트워킹(twerking·엉덩이춤)’으로 잘못 알아듣고 ‘반 총장의 목표가 섹시한 엉덩이춤을 추는 것’이라고 보고한다. 각종 언론에 이 내용이 보도된다.
참석한 출입기자단과 특별 손님들은 동영상을 보면서 박장대소했지만 씁쓸함을 지우지는 못했다. 평소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드러내기를 꺼리는 반 총장이 ‘불법 도청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미국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반 총장은 매년 출입기자단 송년 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연출 제작하고 출연하는 동영상을 공개해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