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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다가오면 왠지 싱숭생숭… 뇌속에 ‘스키마’ 작동되기 때문

입력 | 2013-12-20 03:00:00

캐럴-종소리-촛불 등 이벤트,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어 기억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증후군’
멋진옷 → 근사한 식사 → 선물 교환… 도식화된 행동패턴 ‘스크립트’ 형성
기대와 어긋나면 허탈감 빠질수도




따뜻한 가족영화, 빨간 양말 속에 든 선물, 종소리, 거리를 지나가는 연인, 촛불.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다. 선물을 주고받으며 아끼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다 보면 아이나 어른이나 괜히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추석이나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 갈 생각에 싱숭생숭해지는 것도 같다.

매년 겪는 일이라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매번 어김없이 들뜨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반복적인 경험과 행동 패턴이 우리 뇌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인지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뇌의 패턴을 ‘스키마(schema)’와 ‘스크립트(script)’로 설명한다. 스키마는 경험을 통해 뇌가 조직화한 지식의 틀에 근거해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처음 본 공을 뇌가 전부터 알고 있던 야구공이나 축구공의 정보와 비교해 이해하는 식이다. 크리스마스 때의 들뜬 심리도 예전에 경험했던 영화, 캐럴, 음식, 선물 등이 사람들의 뇌 속에 비슷한 구조로 자리 잡아 매년 스키마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어난다.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는 “사람의 뇌는 특정 경험과 함께한 이벤트를 하나로 묶어 기억한다”며 “어려서부터 겪은 크리스마스 경험이 비슷한 시기가 되면 스키마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심리학’에 자주 등장하는 스크립트란 개념은 어느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의 순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스키장에 간다고 생각하면 ‘장비 대여-티켓 구매-리프트 탑승’처럼 도식화된 행동 패턴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를 크리스마스에 만나는 연인들에 대입하면 ‘잘 차려입고 만난다-근사한 식사를 한다-선물을 주고 받는다’가 된다. 이런 스크립트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연인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즐길까를, 없는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하게 겪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인지가 강조되는 스키마와 행동에 초점이 맞춰지는 스크립트가 강하게 작용하는 시기인 만큼 기대와 어긋나는 상황으로 인한 허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스키마(schema) ::

새로운 경험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미 조직화된 지식의 틀 속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이다. ‘럭비공’을 처음 접했다면, 이를 전부터 알고 있던 ‘야구공’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식이다.

:: 스크립트(script) ::

정형화된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행동의 순서’. ‘식당’에 가는 상황이라면, 이후 일어나는 ‘착석-주문-식사’ 등의 행동에 대한 패턴을 일컫는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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