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이버司 중간수사 결과 3대 의문[1]“윗선은 발견못해”[2]대선 개입 없었다?[3]국정원 연계 없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발표한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사건 중간 수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이버사 일부 요원이 정치 글을 작성했지만 대선 개입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니었고, 상부 지시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로 사건이 종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향후 군 검찰이 관련자 조사와 추가 자료 확보 등 철저한 보강수사를 벌여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사본부에 따르면 사이버사 이모 심리전단장을 비롯해 11명의 요원이 작성한 총 1만5000여 건의 정치 글 가운데 2100여 건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글로 확인됐다. 그간 야당에선 지난해 대선 때 사이버사 요원들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리거나 유포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한 요원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 ‘피로 지킨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북한과 공유하겠다는 민주당 문재인은 군 통수권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야당 등에선 배후설을 제기해왔다. 연제욱 대통령국방비서관(육군 소장·전 사이버사령관)과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육군 준장)이 청와대와 국방부 등 상부와 교감을 갖고 요원들을 동원해 정치 글을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정치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윗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군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전·현직 사령관이 정치 글을 달도록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단장이 북한 선전선동의 대응 심리전을 지휘하면서 다른 요원들에게 ‘과도한 지시’를 하는 등 ‘단독 플레이’를 했다는 설명이다.
국가정보원과의 연관성도 주요 쟁점이었다. 야당은 이 단장과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이들이 공모해 두 기관 간 정치 글 공조체제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전 차장은 합참 민심부 출신으로 국정원에서 심리전을 총괄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해당 요원들을 소환 조사하고, 통화 내용과 e메일, 관련 문서를 분석했지만 어떤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윗선이 주도한 대선 개입이 아니라는 군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사 내에서 조직적인 정치 글 작성 행위가 드러난 만큼 큰 논란이 예상된다. 수사가 개시되자 이 단장이 삭제한 서버 저장자료의 복원 조사 과정에서 다량의 정치 글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가담자가 늘어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군 주변에서는 “국방부의 과장급인 이 단장(부이사관)이 이 사건의 몸통이라는 수사 결과로 야권은 물론이고 국민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이버사가 장관 직속부대여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군 관계자들은 “앞으로 군 검찰의 보강 수사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이번 발표가 ‘부실 수사’ 논란에 빠지고, 같은 결과가 나오면 야권에서 ‘특검 도입’ 공세를 펼 것이 뻔하다”며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군 전체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