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문화부 기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18일 오후까지 2점을 줬다.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별점 테러’ 때문으로 보인다. ‘반(反)노무현’ 누리꾼들이 의도적으로 최저인 1점을 부여해 평균을 떨어뜨린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변호인’은 ‘볼 가치가 없는 영화’가 돼 버렸다.
평점 2점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매긴 7점과도 괴리가 크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보고 평균 별 3개 반(다섯 개 만점)을 줬다.
영화는 변호사 노무현을 그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판사를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로 나서게 된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돈 좋아하던 세무 전문 속물 변호사가 사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기까지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정치인 노무현은 영화에 없다. 주인공 송강호의 연기도 칭찬받을 만하다.
18일 오후 5시에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2만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관객이 초반에 몰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성적만 보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의도적으로 평점을 낮춰 다른 관객의 판단을 흐린 데 있다. 몇 년 넘게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며 땀 흘린 감독과 스태프에게는 이런 평점이 달가울 리 없다.
일부 누리꾼의 별점 테러를 보며 논쟁은 없고 대결만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등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우리는 항상 ‘좋은’ 아니면 ‘나쁜’의 이분법을 써왔다. 공과 과를 평가하고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없었다. 시대의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래서 지금 소위 ‘놈현’ 세력과 ‘노빠’ 세력만 있다.
민병선 문화부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