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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헤어진 여친 협박에 시달리느니 자수”

입력 | 2013-12-20 03:00:00

친구 대신 교통사고 뒤집어쓴 30대
前여친이 “신고” 압박… 제발로 경찰에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도우미를 제공하는 ‘보도방’ 업주 A 씨(33)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9시 40분경 보도방 직원 B 씨(32)에게서 다급한 목소리의 연락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40대 남성을 차로 치었는데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마침 인근에 있던 A 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 B 씨가 아니라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무면허인 B 씨와 달리 A 씨는 면허가 있어 처벌을 덜 받을 거라 생각했고, 운전자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피해자 보상금과 벌금 등도 보험사를 통해 지급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A 씨는 현장에 있던 목격자에게 “내가 운전한 걸로 진술해 달라”며 100만 원을 건넸다. A 씨와 B 씨는 수년간 보도방 일을 같이 하며 절친한 사이였다. 피해자는 사고 이틀 뒤 사망했지만 A 씨가 유가족과 합의를 해 벌금형에 그쳤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비밀은 A 씨의 여자친구 때문에 탄로 났다. A 씨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31)에게 바꿔치기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이후 금전 문제로 사이가 악화돼 헤어지자 여자친구가 “운전자 바꿔치기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전 여자친구의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린 A 씨는 결국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자수했다. 강남경찰서는 A 씨를 범인 도피와 사기, B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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