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내 친구]
中企 포함 여부… 매출로만 정한다 (동아일보 2013년 12월 12일자 A1면 )
Q: ‘피터팬’은 네버랜드라는 상상의 섬에 사는 영원한 소년에 관한 동화입니다. 피터팬이 동심의 세계에 남게 된 이유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최근 경제 뉴스엔 피터팬 증후군이 종종 나옵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 기업의 덩치가 커지는 것은 기업 스스로에도 좋은 일일 텐데, 왜 기업은 성장을 거부하고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남길 원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들이 왜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현상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고, 해외 사례를 통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육체적으로 성년이 됐지만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피터팬처럼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중견기업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들을 위해 성장 사다리를 놓아 훌륭한 중견기업이 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아일보DB
‘피터팬 증후군’은 심리학자인 댄 카일리 박사가 1983년에 저술한 책 ‘피터팬 증후군: 어른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서 처음 등장하는데요.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하는 아이처럼 육체적으로 성숙하여 성년이 되었지만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이로 남기를 바라는 심리를 말합니다.
이 ‘피터팬 증후군’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많이 앓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아 지원정책의 수혜를 보려는 현상을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중소기업 졸업 기준의 경계선상에 있는 기업 10곳 중 3곳은 중소기업 졸업을 회피하기 위해 분사, 상시근로자 조정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때 매출이 4조 원을 넘었던 A컴퓨터기업이 지난해 자진해서 중소기업이 된 것이나 사무용 가구 1위 업체인 B기업이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정부 발주시장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회사를 쪼갠 것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의 지위를 갖고 있을 경우 얻게 되는 혜택은 160여 가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라는 이름에 맞게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팅커벨 같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로 피터팬을 돕는 팅커벨이 오히려 훼방꾼도 되는 것처럼, 중소기업 지원정책 역시 오히려 중소기업을 훼방하는 정책이 되기도 합니다.
외국에선 이런 점 때문에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중소기업의 범위나 기준도 바뀝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근로자 수를 기본 지표로 하되 자본금이 아닌 매출액을 보조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EU는 종업원 기준으로 10명 미만은 마이크로기업, 10명 이상 50명 미만은 소기업, 50명 이상 250명 미만은 중기업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에 매출액이나 총자산 기준을 2003년에 추가로 적용해 일제히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기업 기준이 ‘매출액 700만 유로 이하이거나 총자산 500만 유로 이하’였지만 7년 만에 ‘매출액과 총자산 1000만 유로 이하’로 변경되었습니다.
일본도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 기준을 ‘종업원 300명 이하, 자본금 30억 엔 이하’로 정해놓고 있지만 도매업 소매업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준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일본이나 EU의 사례처럼 중소기업 범위를 단순화할 계획입니다. 근로자수 또는 자본금 기준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하는 거죠.
곽동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피터팬이 있고 싶어 하는 ‘네버랜드’는 존재할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곳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성장한 뒤 네버랜드를 떠나고 싶어 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