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정치부 기자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청와대 행정관은 “청와대 직원들이 6시에 칼퇴근하는 게 정상적인 건가. 초반에는 밤에 어느 자리에 전화해도 받더니 요즘은 저녁 8시만 되어도 전화받는 자리가 드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와 있는 인물이 100여 명 된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선거 승리의 추동력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집권 1년 차, 청와대에는 직원들을 독려하고 이끌어 줄 인물도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청와대나 내각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료 분위기에 오히려 어공들이 고립되는 모양새다.
정책파트 수석실의 한 행정관은 “부처에 전화를 걸어 깍듯한 존댓말로 자료를 요청하지만 그때마다 함흥차사”라며 “혼자 펄펄 뛰느니 나도 공무원처럼 느긋하게 생각하는 게 맘 편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근 기자가 들은 청와대 어공들의 하소연들이다.
“청와대는 부처를 감시하는 별동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온통 파견 나온 공무원 출신이니 다 자기 부처를 먼저 생각한다.”(정책파트 어공)
“각 부처로부터 올라오는 대통령의 일정 제안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들이 주관하는 행사나 박람회 일정들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고민한 흔적이 없다.”(정무파트 어공)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동안 청와대 어공들은 “위세 떤다”는 말을 들을까봐 서로 만나지도 않고 말도 함부로 못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완장 찬다’는 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아직 비리나 스캔들에 휩싸인 측근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반작용으로 선거 때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토론을 통해 방향을 잡고, 그게 관철되는 분위기 속에 잠재돼 있던 ‘주인의식’은 모두 사라졌다.
집권 첫 해부터 이런 하소연이 넘쳐나는 청와대라면 집권 후반기는 어떨지 걱정되는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제외한 내각도 청와대 그 누구도 ‘목숨 걸고 성공시켜 내야 할 정권’이라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