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LPGA 드림(2부) 투어 상금왕 박성현이 내년 4월 시작되는 정규(1부) 투어에서 신인왕 달성과 함께 자신만의 색깔로 화끈한 골프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KLPGA
4. KLPGA 2부투어 상금왕 박성현
고2때 꿈꾸던 국가대표 발탁됐지만
프로테스트 보러 가던 중 교통사고
2년 공백 딛고 드림투어 상금왕 부활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새내기 스타가 등장했다. 2013년 KLPGA 2부 격인 드림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한 박성현(20·넵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71cm의 훤칠한 키. 조용하지만 필드에선 누구보다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박성현에게 2014년의 다짐을 들어봤다. 그는 “화끈하고 시원한 나만의 색깔 있는 골프로 반드시 신인왕을 손에 넣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선 매년 끊이지 않고 눈에 띄는 신예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4년 KLPGA 투어에선 유독 ‘강한 새내기’가 많다. 백규정(18), 김민선(18·이상 CJ오쇼핑), 고진영(18·넵스), 하민송(17) 등 새내기 같지 않은 새내기가 즐비하다.
이들과 비교하면 박성현은 늦깎이다. 올해 스무 살이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아픔을 겪었던 탓에 정규투어 입성이 2∼3년 늦었다.
다행히 아픈 만큼 성숙했다. 골프도 그만큼 단단해졌다. 박성현은 고교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꿈꾸던 목표를 이뤘지만 이상하게 일이 꼬였다.
“국가대표에 뽑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좋은 성적을 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성적이 나질 않으면서 조급해지게 됐고 그럴수록 골프가 어려워졌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려했지만 또 다른 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프로테스트를 보러 지방으로 내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테스트를 보지 못했고 슬럼프가 계속됐다.”
불운의 연속이었다.
“작년엔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대회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친구들은 프로가 돼서 주목받고 있는데 혼자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박성현은 정규투어 입성에 앞서 2부 격인 드림투어와 3부 격인 점프투어에서 바닥다지기를 시작했다. 많은 걸 배운 시기가 됐고 한 번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출발부터 상쾌했다. 드림투어 1차전 준우승, 2차전 준우승에 이어 3차전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승승장구였다. 그러나 4차전에서 예선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승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불안한 게 뭔가 이상했다.”
시즌 막바지 또 한번 시험대가 펼쳐졌다. 드림투어 마지막 15차전을 앞두고 상금랭킹 2위였다. 상금왕을 위한 기회는 딱 한번 밖에 남지 않았다.
“너무 긴장이 돼 잠이 잘 안 왔다. 마지막 대회 결과에 따라 1위부터 5위까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혼전이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덕분에 상금왕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예비고사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11월 열린 정규투어 ADT캡스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성현은 공동 7위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 “주눅 들지 않고 내 방식대로 경기할 것”
박성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공을 맞히는 게 너무 재미있어 금방 골프에 빠졌다.
대회에 나간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3년 동안 동네에 있는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무작정 공만 쳤다.
“대회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5학년 때 처음 서울시 주최 골프대회에 나갔는데 어리둥절했다.”
실력이 빨리 늘었다. 5학년 말에는 처음으로 입상하는 경험을 하게 됐고, 6학년이 되어서는 서울시 주최 대회의 우승컵을 모조리 휩쓸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분위기와 수준이 다른 K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박성현은 “내년에 루키가 되는데 ‘(우리나이로) 21살이면 늦은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속상하다.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진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
그는 올 겨울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쇼트게임과 퍼팅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강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치열한 신인왕 경쟁의 관문을 뚫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박성현은 “내년 KLPGA 투어에 올라오는 신인 모두가 경쟁자다. 어느 한 사람이 뛰어나다기보다 모두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주눅들지 않고 나만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는 게 중요하다. 나만의 색깔 있는 골프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라고 말했다.
● 박성현? 출생-1993년 9월 21일생, 경력-2010년 골프 국가대표, 2012년 KLPGA 입회, 2013년 드림(2부)투어 상금왕(3656만원), 2013년 점프(3부)투어 상금랭킹 2위, 2013년 드림투어 1승, 점프투어 3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