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럽 프리미엄세단과의 본격경쟁을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 1억원대 프리미엄 수입차에서나 누릴 수 있는 실내 디자인, 풍부한 옵션과 현대차의 독자적인 4륜구동 기술인 ‘H-TRAC’이 장착돼 드라이버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독자적 4WD 시스템 ‘H-TRAC’ 합격점
200km/h 이상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
실내 디자인·옵션, 1억원대 수입세단급
실연비 6km/l 수준…공인연비에 못미쳐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는 연말 자동차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다. 현대자동차의 모든 기술력을 집결해 유럽 프리미엄세단과의 본격 경쟁을 선언한 상징적인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기자 시승행사는 크게 2가지 섹션으로 구분돼 진행됐다. 전라남도 광주∼목포까지 90여km구간에서 진행된 일반 도로 및 고속도로 주행과 F1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진행된 트랙 주행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신차를 출시하며 서킷 주행을 포함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한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신형 제네시스를 꼼꼼히 살펴봤다.
어떤 자동차를 시승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성능, 디자인, 용도, 가격 등 많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다 각각의 요소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차를 타왔는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무엇인지에 따라 신차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국산 중형 혹은 준대형 세단을 타왔던 운전자라면 제네시스의 실내외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이 주는 감성 만족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시승 모델은 GH380 프레스티지(풀옵션)였는데 프라임 가죽시트의 고급스런 질감과 편안함, 고가의 가구에나 사용된다는 오픈포어 리얼우드로 장신된 센터페시아가 주는 럭셔리한 느낌은 그 동안 국산차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실내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이 주는 편리함만큼은 1억원대의 프리미엄 수입차에서나 누릴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이다.
● 현대차의 4륜구동 기술 ‘H-TRAC’ 합격점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경쟁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율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현대차에서 신형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로 지목한 차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다. 5시리즈와 E클래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 2000cc급 디젤 모델임을 감안하면, 기본형이 3300cc이며 가솔린 모델뿐인 신형 제네시스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이어진 서킷 주행은 무척 아쉬웠다. 현대차에서 허락한 것은 딱 상설 서킷 1바퀴였다. 선도 차량이 있어 마음껏 속도를 내지 못했고, 성능보다 더 중요한 브레이크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서킷 시승을 준비했다면 보다 자율적으로 서킷을 달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소한 3바퀴는 주행해야 서킷 시승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비도 아쉬웠다. 3.8 4륜 모델의 공인 연비는 8.5km/l(복합연비)지만 실제 연비는 6km/l 내외였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라잡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을 뛰어넘으려면 뛰어난 연비와 퍼포먼스를 지닌 디젤 모델 라인을 출시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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