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눈에 교통 마비… 아파트 진입로 돌연 축소 승인
‘입주 한 달 앞둔 아파트 진입도로 축소, 1cm의 적설량에 교통대란….’
최근 울산시가 보이고 있는 행정 난맥상이다.
울산시청 바로 뒤인 울산 남구 신정동 일원에는 이달 말 입주 예정인 문수로 2차 아아파크 아파트(1085채)가 있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 100여 명은 20일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입주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울산시가 진입도로 폭을 축소하도록 승인해 줬다”며 “축소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 시행 및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은 2007년 아파트 건축 허가 당시 아파트 주변에 너비 25m의 도로를 개설해 기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로 개설 예정지에 포함된 길이 70m, 너비 8m의 기존 도로가 자치단체 소유가 아닌 인접 N아파트 소유로 드러났다. N아파트 주민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진입도로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자신들 소유 도로(580m²)를 먼저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측은 “기존 도로는 당연히 자치단체 소유인 줄 알고 건축허가 당시 도로 확장을 약속했을 뿐 도로 용지를 수용할 책임은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진입도로 폭을 N아파트 소유 도로(너비 8m)를 제외한 25m에서 17m로 축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울산시 건축심의위원회에 변경 승인 신청을 했다. 건축심의위는 지난달 11일 이 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은 “사전 동의도 없이 도로 너비를 축소한 것은 울산시와 건설사가 입주 예정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기존 도로가 사유지인 줄 모르고 아파트 승인을 한 것 같다. 주변 교통상황을 점검한 결과 17m로 축소해도 주민들이 별 불편이 없을 것으로 보여 변경 승인을 했다”고 해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에는 눈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제설 장비와 약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사전 대비를 충분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