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팔순 회견… 한-중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없어 평화 강조… 아베 개헌론과 대조
23일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쟁’을 꼽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왕은 사전에 실시돼 23일 보도된 기자회견에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역시 전쟁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됐을 때 중국과의 전쟁이 시작됐고 그 후 중국 외에도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과 전쟁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 12월 23일생이다.
이어 일왕은 “전쟁으로 인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한국인과 중국인 등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없었다.
일왕은 이날 오전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부부,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 부부와 함께 도쿄(東京) 내 일왕의 거처인 고쿄(皇居) 베란다에 선 채 시민들의 축하 인사에 답례했다. 그는 “80세를 맞아 이렇게 여러분의 축하를 받게 돼 깊이 감사한다”며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재위 도중 팔순을 맞은 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히로히토(裕仁) 일왕에 이어 두 번째다. 역대 일왕의 장수 순위에선 현재 히로히토(1901∼1989), 고미즈노(後水尾·1596∼1680), 요제이(陽成·869∼949)에 이어 네 번째다.
일왕은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 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2일 NHK방송에서 “헌법 개정은 필생의 과업이다. 어떻게든 (개헌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는데 그 경우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일왕이 23일 밝힌 메시지는 아베 총리의 개헌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