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상업자본에 밀려 이전… 삼선동 등에 연극인 60% 둥지브로드웨이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美 오프브로드웨이와 닮은꼴주민과 공존 모색… 무료공연 펼쳐
5월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성북천 다리 아래에서 연극인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극공연을 하는 모습. 연극인 들이 상업화된 대학로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전국 연극인의 60%가 성북지역에 터를 잡고 있다. 성북문화재단 제공
‘연극 1번지’ 대학로가 상업화되면서 연극인들이 삼선동, 동선동, 성북동 등 성북 지역으로 이동해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류로 변질된 미국 브로드웨이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오프브로드웨이(Off Broadway)’처럼 성북이 새로운 ‘오프 대학로’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로는 1990년대 들어 큰 변화를 겪었다. 순수예술 및 창작이 중심이던 대학로 연극판에 언젠가부터 코미디와 성인연극 등 기획연극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뮤지컬 등 대형 기획사의 거대자본이 합류했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상권이 확대되고 극장 대관료와 임차료가 급등했다. 연극 제작비의 50∼60%를 대관료에만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이 되면서 가난한 연극인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연극인들의 고민은 성북 지역에 다시 자본이 침투하고 임차료가 오르면 또다시 변두리로 쫓겨날 수 있다는 것. 대학로는 물론이고 홍대와 인사동, 삼청동 등에서 예술인들이 밀려난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구, 지역 주민과 함께 힘을 합쳐 전략적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성북의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성북문화재단을 만들고, 올해 10월에는 성북연극협회를 결성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극단과 연습실에 간판을 달아 ‘커밍아웃’을 할 계획이다. 연습실 공간을 개방해 주민과 관광객이 연극 연습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연습실 투어’도 구상하고 있다.
연극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극장을 매입해 운영하고 술집, 커피숍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고 무료공연을 펼치는 등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도 한다. 10월에는 극단 연습실에서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를 열었고, 내년 3월에는 32개 팀이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주민 대상으로 무료공연을 열 계획이다.
성북구도 지난달 성북동 일대 147만 m²를 역사문화지구로 고시하면서 힘을 보탰다. 한양 도성에 인접한 역사성과 경관 특성을 보호·유지하기 위해 조례로 대규모 소매점, 음식점 등을 제한하고, 문화예술기관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