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이수근 구세군 사무총장 “이웃돕기에 종교의 벽은 없지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만난 혜민 스님(왼쪽)과 이수근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 이들은 “나눔은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는다”며 “종교인들이 분열과 대립이 아닌 사랑과 자비, 화해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웃돕기에 종교의 벽은 없습니다.”(이수근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58)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서는 ‘사관과 스님’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졌다.
자선냄비를 총괄하는 이 사무총장은 “스님이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어 정성을 보탠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부 뒤 자선냄비와 기부문화,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혜민 스님은 “출가 이전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다니던 시절 갑자기 양복이 필요해 구세군이 운영하던 가게에서 싸게 옷을 산 적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거리에서 구세군 등 다양한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개 25일 성탄절까지 거리 모금이 크게 늘어난다”며 “지난해 12월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뒤 ‘오늘은 다리 쭉 뻗고 편히 잘 것 같다’고 말하던 노부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11월 1일 새 모금 회기를 시작한 자선냄비의 거리 모금액은 22일까지 약 41억 원이다. 이 사무총장은 “자선냄비는 매년 날씨가 추울수록, 경제가 어려울수록 펄펄 끓어왔다”며 “기업과 단체 등의 지정기탁을 보태면 12월까지의 목표액 55억 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교 간 차이를 인정하면서 소통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선냄비는 구세군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른 개신교 교단은 물론이고 불교와 가톨릭 등 이웃종교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이 사무총장)
이 사무총장이 즉석에서 “내년 11월 자선냄비 시종(始鐘)식에는 승복을 입은 스님이 사관복의 우리들과 함께 시종해 달라”고 요청하자 혜민 스님은 “부족하지만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올 4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간 너무 많은 발언을 했다며 묵언 수행을 선언했다. 스님은 “큰 어려움에 빠진 분들의 말씀에 답변하는 것을 빼면 SNS 발언은 계속 삼갈 생각”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활동과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방에서 강연을 하다 1월 중순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성탄절의 의미도 두 종교인에게는 각별했다.
“참선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예수님과 부처님의 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잡념과 욕심 때문에 그것이 가려져 있을 뿐이죠.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실천할 때입니다.”(혜민 스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