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크로스컨트리 여왕 이채원
‘크로스컨트리의 여왕’ 이채원이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극동아시안컵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10km 자유형)과 동메달(5km 클래식)을 목에 걸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크로스컨트리의 여왕’ 이채원(32·경기도체육회)은 가냘픈 몸매와 작은 체격 때문에 체조 선수처럼 보인다. 목소리도 여리고 작아 소녀 같다. 하지만 설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릴 만큼 극한의 체력이 필요한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국내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 17년간 국내 1인자인 ‘선수’
“운동을 시작한 이후 1주일 이상 쉬어 본 적이 없었어요. 가장 길었던 휴가가 신혼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잠시라도 쉬면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뒤처질까 봐 2, 3일 쉬다가도 바로 훈련장으로 달려갔어요.”
국내 최강자였지만 올림픽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 올림픽,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모두 3차례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45위에 그쳤다. 이미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이제 4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그의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18년이면 제 나이도 37세예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는 거의 환갑에 가깝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지금도 당장 그만두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비인기 중의 비인기 종목인 크로스컨트리를 좀더 알리고 싶어요.”
○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딸 장은서 양(1)을 안고 집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채원. 이채원 제공
그는 출산 1개월 전에야 임신 사실을 알렸고 운동도 잠시 그만둬야 했다. 올해 1월 건강한 딸을 출산한 그는 2개월 뒤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육아와 살림, 그리고 운동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말 운동을 그만두려고 생각했어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편과 코치님이 도와줘서 힘이 났어요. 9개월간 엄마의 힘든 훈련을 배 속에서 참고 견디어준 딸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운동을 더 해야겠다고 각오했어요.”
훈련 기간 동안 남편이 육아를 맡으면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일주일에 하루만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어요. 많이 미안하죠.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길인 것 같아요. 2018년 평창에서는 딸의 응원을 받으며 뛰고 싶어요. 딸에게 메달을 걸어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