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극 ‘총리와 나’
드라마 ‘총리와 나’에서 여기자와 총리로 나오는 윤아(왼쪽)와 이범수. KBS 화면 캡처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두 드라마가 정반대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체인지’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였던 주인공 아사쿠라 게이토(기무라 다쿠야)가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애물을 돌파해가며 정치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수석비서관인 미야마 리카(후카쓰 에리)와의 염문설도 그런 장애물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정치드라마에 연애로 양념을 친 작품이다.
반대로 ‘총리와 나’는 재벌 2세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 국무총리 권율(이범수)은 그동안 봐왔던 백마 탄 왕자님이고, 연예정보지 기자인 남다정(윤아)은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전형적인 캔디형 여주인공이다. 권율의 적수인 기획재정부 장관 박준기(류진)조차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권율의 전 부인인 여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행방불명됐는데 권율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사적인 이유에서 복수심을 불태운다.
정계가 배경이라고 꼭 정치 얘기만 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총리와 나’에서 국무총리가 하는 일은 대통령 만나고 현장 시찰 나가는 정도에 그친다. 남녀 주인공의 손이 순간접착제로 붙어버리는 따위의 억지스러운 상황에 묻혀 정치는 피상적으로 다뤄지거나 남녀 주인공을 엮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된다.
총리공관에서 할 일이 연애 밖에 없는 건 아닐 테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어 ‘책임총리제’ 얘기까지 나오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풍자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국무총리 권율에게 좀더 많은 업무를 주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