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계 ‘2014 블루칩’ 박지연
“아직 어리지만 늘 탐색하며 살았어요. 지금 이순간 재미있고 즐겁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거나 같다고 생각해요.” 될성부른 신예 박지연은 “평범한 예상을 깨면서 화제의 중심에 머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10년 ‘맘마미아!’ 소피 역으로 데뷔한 박지연은 창작 뮤지컬 ‘미남이시네요’, 올해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을 거쳐 네 번째 작품에서 주역을 꿰찼다. 우연히 한번 본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노래와 연기를 선사하는, 미완의 블루칩이다.
“처음에는 그냥 ‘쟨 누구지’ 하는 호기심을 가져주셨다고 생각해요. 멋모르고 할 때는 그냥 ‘기분 좋다’ 했는데 ‘레미제라블’ 때부터 공연 끝나고 기다렸다가 인사해주는 관객들이 생기더라고요. 대구, 거제에서 저를 다시 보러 왔다는 말을 들으면 부담이 커져요.”
“음악을 배운 적이 없어 한계를 느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제일 쉬운 게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제일 어려운 게 노래가 됐어요. 배움이 없는 소리가 관객에게 새롭게 여겨질 수 있었겠지만 길게 보면 배움을 쌓아야 하겠죠. ‘고스트’는 곡이 너무 어려워요. 고음을 질러내야 할 때 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래서 아예 잊고 노래에만 집중해요.”
―고등학교 때는 록 밴드 보컬을 했다던데….
“이과였는데 공부 말고 다른 데 눈이 많이 갔어요. 가수 오디션 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내가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공대에 가고 나니까 ‘아, 내가 노래를 하고 싶구나’ 뒤늦게 생각이 들어 수원 집 가까운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수능 다시 봤다면 못 견뎠을 텐데, 다행히 수시로 서울예대에 합격했죠.”
―노래하고 싶었다면서 왜 연기 전공을 택했나.
―TV에서 많이 나오지 않나.
“집에 TV가 없어요. 시끄러운 예능프로그램 보기를 힘들어해서…. 어릴 때부터 ‘TV 그만 보라’는 꾸중은 한 번도 안 들었어요. 공연도 사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절대 안 봐요. 하지만 입력이 없다고 출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책 보고 음악 들을 시간은 늘 부족해요.”
―그런데도 ‘맘마미아!’ 오디션 때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걸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머리가 길어서 점수 땄을걸요. ‘레미제라블’ 하면서 상도 받고 하니까 ‘어, 이거 되돌리기 어렵게 됐네’ 싶었어요. 나를 좋아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이게 내 길인지, 내심 아직 고민 중이에요.”
“‘뮤지컬 배우 박지연입니다’ 하지 않고 ‘배우 박지연’이라고 소개해요. 영화든 연극이든 실제의 나와 결이 다른, 나를 확 뒤집어버리는 역할을 만나고 싶어요. 길거리 퍼포먼스도 하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그림이랑 곡 작업은 틈틈이 해요. 밤새 걸쭉한 기분으로 끼적였다가 아침에 ‘으아, 이거 뭐야’ 하는 반복이지만.”
―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가.
“혼자 있는 게 제일 재미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도 아마… 공연 마치고 혼자 읽고, 듣고, 쓰고 하겠죠. 아,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 하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