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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철도고-철도대 한뿌리… 자회사 설립안 이심전심 반대

입력 | 2013-12-26 03:00:00

[‘부실 기관차’ 코레일]
코레일 개혁 막는 ‘철도 마피아’




설 연휴 직전인 지난해 1월 20일. 경기 과천시민회관에서는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 당국자들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서발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제목은 토론회였지만 정부 당국과 산하 공기업 경영진은 ‘계급장을 떼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차경수 당시 코레일 여객계획처장은 국토부 당국자들을 향해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참여할 민간 기업을 이미 선정해놓았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여러분은 모두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취임 이후 코레일 사측이 수서발 KTX 자회사 분할안에 대해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이 사안은 코레일 노사가 똘똘 뭉쳐 ‘사운’을 걸고 반대하던 것이었다. 민간기업 유치에서 자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코레일 간부들 중에는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레일 사람들은 노사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철도고(高) 또는 철도전문대 출신이다. 이들은 정부의 철도부문 개혁 정책에 대해 비슷한 반감을 갖는 등 깊은 유대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른바 ‘철도 마피아’라 불린다.

당시 토론회에 나섰던 코레일 측 주요 인사는 한문희 전 기획조정실장과 정정래 전 전략기획처장, 차 전 처장 등. 정부 부처에 거침없이 언성을 높인 이들은 모두 철도고(한 전 실장)와 철도전문대(정 전 처장, 차 전 처장)를 나왔다. 한 철도업계 전문가는 “현재 서로 다투는 철도 노사가 사실상 철도고와 철도대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며 “사측 주요 간부 역시 심정적으로 노조의 파업에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코레일 내부 게시판에는 노사협력처장 명의로 “파업 장기화 원인에 대해 정보기관, 국토부 등에서 코레일 간부들이 노동조합 파업에 동조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그렇다는 정보가 보고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레일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철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외부 출신이어서 코레일 깊숙이 자리 잡은 ‘철도 마피아’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삼진 전 철도협회 부회장은 “철도 비전문가가 사장으로 오면 노조와 주요 간부들의 의견을 묵살할 수 없다”며 “그동안 추진한 철도 개혁이 매번 물거품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공사 출범이 2005년이라 아직 공채 출신자는 많지 않다”며 “군에 사관학교 출신이 많듯 철도고나 철도전문대 출신이 간부와 현장 직원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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