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후유증…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가보니12월 9일 ‘여유’… 12월 26일 ‘몸살’
전국철도노조가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 9일(위쪽 사진)과 파업 18일째인 26일 경기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모습. 9일에는 철로 옆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보이지 않지만 26일에는 운송되지 않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의왕ICD에 입주한 물류업체들은 화물트럭 등 육로를 통한 대체 수송수단을 투입하고 있지만 연말을 맞아 늘어난 물동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의왕=홍진환 jean@donga.com·장승윤 기자
반면 의왕ICD와 인근 화물역인 오봉역 사이를 잇는 철도선로 3.7km는 1시간에 화물열차 한두 대가 지나갈 정도로 한산했다. 국토교통부 비상수송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전국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상시 대비 39.2%(125대 중 39대)에 그쳤다.
의왕ICD 제1터미널 컨테이너 야적장에는 국내외 해운사 이름이 적힌 높이 2.4m인 컨테이너가 예닐곱 개씩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물류업체 직원들은 산적해 있는 컨테이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게소 벽면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명의로 파업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이 반쯤 찢긴 채 나부끼고 있었다.
의왕ICD에는 ㈜한진,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세방㈜ 등 총 15개 물류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들 업체는 평소 의왕ICD에서 철도를 통해 55%, 육로를 통해 45%씩 국내외로 향하는 화물을 실어 보낸다.
하지만 의왕ICD에서 오봉역을 거쳐 전국 주요 항만으로 나가는 화물열차 운행대수가 평상시(48대)의 절반인 24대로 줄어들자 이들 물류업체는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육로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평소 의왕에서 부산항까지 20피트급 컨테이너 2개를 옮기는 운임비는 45만 원 정도이지만 지금은 80만 원을 줘도 차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의왕ICD에 입주한 물류업체 A사 관계자는 “철도파업이 길어져 화물차를 투입하느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하소연했다.
늘어난 운송비용은 고스란히 물류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더구나 18일 화물연대가 대체수송을 거부하고 철도파업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물류업체 B사 관계자는 “일정이 빠듯한 화주(貨主)의 성화에 못 이겨 t당 1000만 원을 주고 항공편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루 평균 17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였던 의왕ICD의 화물 처리량은 이날 1200TEU까지 떨어졌다. 화물차량으로도 실어 보내지 못한 컨테이너들은 나날이 컨테이너 야적장을 채워가고 있다. 야적장의 최대 수용규모는 4만5000TEU. 이날 현재 적재량은 최대 수용량의 61.1%인 2만7500TEU다.
철로 수송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피해도 커졌다. 코레일은 24일까지 발생한 화물열차의 운송 차질량(평상시 대비 운송하지 못한 화물량)이 123만여 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멘트 운송차질량이 50만여 t으로 가장 타격이 많았다. 이어 컨테이너(29만여 t), 석탄(15만여 t), 철강(7만여 t) 등이 뒤를 이었다. 파업이 30일까지 이어지면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20% 수준(하루 55편)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설령 30일 이전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각종 기기 점검과 직원 근무 배치 등 단계별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이번 파업의 후유증은 산업계에 큰 상흔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의왕=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