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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스의 명과 암, 야구시장 질서 파괴…‘적그리스도’ 낙인

입력 | 2013-12-27 07:00:00


일부 구단은 보라스와의 계약 기피
가치 떨어지는 선수에겐 차별 대우

이미 현역에서 은퇴한 박찬호와 추신수(텍사스), 그리고 류현진(LA 다저스)의 대형계약에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함께했다. 한국야구팬 입장에선 박수를 칠만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보라스를 ‘공공의 적’ 또는 ‘야구의 적그리스도(enemy of Jesus Christ)’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한다.

마이너리그 유망주였던 보라스는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이 어려워지자, 약학박사 학위를 따고 로스쿨도 졸업했다. 전문 엔지니어를 고용해 메이저리그 경기의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구단도 모르는 자료를 축적하는 영리함과 신인 유망주의 프로 데뷔까지 지연(재수)시키는 수완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구단들의 입장에서 보라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1억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는 대단한 행운아도 탄생하지만, 반대로 구단에는 재앙, 일부 꿈나무들에게는 큰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1997년 보라스는 ‘제2의 켄 그리피 주니어’로 불리던 JD 드루를 필라델피아가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하자 ‘막장 협상’을 벌인 끝에 독립리그에서 뛰게 했다. 신인에게 드래프트 재수를 선택하게 한 것은 이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벼랑 끝 전술이었다.

보라스는 슈퍼스타들의 장기계약을 고집하며 구단의 전력운영에 큰 짐을 지우기도 한다. 결국 일부 구단들은 보라스의 고객들과는 최대한 계약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은 보라스는 더 이상 막대한 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선 가차 없이 우선순위에서 제외한다는 점이다. 박찬호와 김병현 모두 보라스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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